골프와 방독면

기본카테고리 | 2013-12-09 오전 11:43:44 | 조회수 : 1967 | 공개

골프장과 방독면

 

골프는 로마사람들의 “파가니카”(paganica)라고 하는 놀이에서 유래 됐다한다.

서기43년부터 약350년 간 영국을 점령한 로마인들이 끝이 굽은 막대기로 새털을 구겨 넣은 가죽 공을 휘둘러댄 것이 골프의 시초라 한

다.

골프의 재미는 누구도 못 말리는 게 예나 지금이나 매 한가진 듯, 스콧트랜드에선 남자들이 골프에 미처 거의 매일 국가 안보를 위한 궁

술연습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통에 1457년 제임스 2세 때는 한동안 골프를 금지시켰을 정도였다.

골프에 빠지기는 미국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마찬가진 듯싶다. 요즈음 재미교포들이 미국생활이 힘들다 해도 교민들이 미국에 버티고

사는 이중에는 첫째는 자녀교육, 둘째는 골프를 마음대로 칠 수 있는 환경 때문이라는데 별 의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정도다.

미국에선 약2,500만 명의 골프인구들이 전국에 산재한 15,000개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긴다.

이들 중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든 퍼브릭 코스도 약 2,000여개나 돼서 골프의 대중화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

골프의 묘미는 두말할 것 없이 푸르디푸른 초장을 밟으며 세상시름을 백구에 묶어 통쾌하게 하늘높이 날려 보내는 것이다. 잘 다듬어진

수풀사이로 호수가 보이고 푸른 융단을 깔아놓은 듯 속 시원히 뚫린 페어웨이와 매니큐어로 손톱을 손질하듯 잘 정돈된 그린 등은 도심

과 매연에 찌든 도시민 모두에게 휴식을 주는 낙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들이 낙원이라 믿고 있는 골프장이(좀 과장이 허용된다면) 방독면을 쓰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농약오염도가 심

각하다는 소식이다. 최근 미 환경청의 발표에 의하면 골프장 잔디에 뿌려지는 농약(pesticides)이 보통 논밭에 뿌려지는 양의 6~8배나 돼

골퍼와 주변 주민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라는 것. 즉, 미국농지 1에이커에서 사용되는 농약은 평균 2.62kg인데 비해 골프장에 뿌려지는

농약은 17~ 20.5kg이나 된다는 통계이다. 미국뿐 아니라 근 년들어 한국 및 동남아 지역에서도 골프장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데 이들 역시 세계최대 농약사용 장으로 심각한 생태 파괴와 건강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에선 농약뿐 아니라 잔디의 영양을 위해 비료(fertilizers)도 함께 사용한다. 비료는 비만 오면 시내나 호수로 씻겨내려 수질오염을

일으킨다. 비료엔 질소성분이 많아 수초(al-gae)의 성장을 과다하게 촉진 시키고 또 그 수초가 썩으면서 물속의 산소를 앗아가 물고기가

살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항상 완벽한 필드 컨디션을 원하는 골퍼들의 요구에 부응하느라 골프장으로선 잔디관리를 소홀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비료도 과잉 투여하게 되고. 또 수초의 빠른 제거를 위해 화학 제초제도 다량 살포함으로 환경오염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

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 가운데 많은 골퍼들을 우려케 하는 것은 농약의 발암 가능성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문제에 관한 한 누가 조사를 했느냐에 따

라 그 결과가 판이하다. 작년 미 골프코스 관리인 협회(GCSAA)의 자체조사에 의하면 70년대부터 92년까지 22년간 사망한 골프관리인

618명중 암에 의한 사망자가 일반인에 비해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또 미 여성골프협회(LPGA)에서도 회원들 가운데 유방암 환자가 유

난히 많은 사실을 확인하고 유방암 검진을 적극 권장하기 시작했다한다.
 

그런가 하면 미 골프협회(USGA)도 지난 5년간 320만 달러나 들여 21개의 연구조사를 집중적으로 해오고 있다. 이들의 발표에 의하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서는 골프장의 농약사용과 암의 상관관계에 있어서 어떤 구체적인 결과도 드러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골프협회는 골프장이 여전히 안전하고, 쾌적하며, 생태학적으로도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는 이상적인 스포츠장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행스런 것은 골프장을 관리하는 환경법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골프장들은 3년 전부터 매년 그들이 사용하는 모

든 농약들을 의무적으로 카운티 농무국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또 골프장에서 쓰는 화학약품도 가정에서 흔히 쓰는 2,4-D, 글리소페이트

같은 농약들과 칼바릴, 덜스밴같은 구충제들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최근 미 환경청은 농약대신 가능하면 자연대체품을 쓰

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런 규제와 계몽에 힘입어 요즘 골프장에서 녹색혁명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나무의 병이나 흙의 질소 부족증 같은 문제들을 화학약품 대신 미생물처리법이나 자연제품 구충제를 쓰는 추세가 늘고 있다. 레익타호

수의 스콰크릭 골프장에선 근처의 상수원보호를 위해 화학약품을 아예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사람손이 많아지고

골프장 컨디션도 완벽하진 않지만 훨씬 농약공해가 덜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골프장의 성공적인 녹색혁명은 골퍼들의 정신혁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가끔 민들레같은 잡초가 페어웨이에 보이

고, 러프에 잡풀이 좀 길더라도,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크게 개의치 않는 태도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흠 없이 완벽하게 가꾸어

진 골프장이라 해도 방독면을 쓰고 그 재미있는 골프를 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태그 : 환경, 골프,
댓글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