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GRDP 25조 원이 중요한가?

Vision & Innovation | 2014-03-20 오후 3:18:04 | 조회수 : 2269 | 공개

5년내에 제주도내 지역총생산 25조를 달성하겠다는 모 후보의 발언 때문에 논란이다.
그의 25조원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이렇다.

 “농·수·축산, 관광 등 기존산업을 고도화하고 제주인과 문화와 환경을 자본으로 하는 창조적 성장을 통해 제주의 경제규모를 현재의 12조에서 25조로 5년 이내에 2배 이상 확대해 나가겠다”

그와 경쟁하는 후보는 매년 20퍼센트 성장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이고, MB의 747공약과 같이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하면서 끝짱 토론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일정기간 내에 2배로 가려면 72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햇수 곱하기 성장률을 해서 72가 되면 된다. 2014년 GRDP에서 5년 내에 2배로 가려면 12%에서 14%의 성장이면 충분히 2배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러한 논란을 뒤로 하고 과연 1차산업과 관광을 고도화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굉장히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문장이다.
농.수.축산업은 이미 한-미, 한-EU, 한-중 FTA로 점점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물론 긴장감을 불어넣어 1차 산업 종사자들이 스스로 혁신을 하여 1차 산업과 관광, 제조업이 융합된다면 1차 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질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농촌 인구 대부분이 고령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꿈이라 할 만한 일이다. 
다만 지금 농어촌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농어촌 관광휴양단지 사업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뿐, 농어민들의 소득증대와는 거리가 있다.


관광산업의 고도화는 규제완화와 관련이 있다. 개발사업자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모든 곳에서 관광개발이 가능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복합리조트와 카지노가 관광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의 핵심이 규제완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억지 예측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 여기서 GRDP 25조 원인 경우 어떻게 되는가를 보자.

2012년 잠정 GRDP가 11조 9,779억 원으로 도민1인당 GRDP는 2,144만원 정도 된다.
제주도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5년 동안 낙관적으로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을 가정하더라도 65만 명 내외가 될 것이다. 즉 2019년 인구를 65만으로 가정했을 때, 25조 원은 도민 1인당 GRDP가 3,846만 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월 제주도민 경제대토론회에서 한국은행 제주본부 기획조사부장은 2018~2021년 사이에 제주의 GRDP가 20조원, 1인당 3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발표를 하였다. 9년 동안 5.6%씩 성장해야 달성가능한 수치이다.
이 당시 발표자는 이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4+1 핵심산업과 함께 신성장동력산업을 집중 발굴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제주경제 발전전략에 부합하는 국내외 자본을 유치하고 개방적인 시민의식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솔직히 5.6%도 제주도의 상황을 고려할 때 버거울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5년안에 지금보다 GRDP를 2배로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갑자기 제주도민의 생산성이 높아져서 이 수치가 가능할 것인가?
제주도처럼 GRDP에서 공공부문이 절반(예산 도청, 교육청, 경찰청, 국립대학교 등) 정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생산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외부에서 들어와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 번 우근민 지사가 수출 1조원을 달성했다고 했을 때, 그 60%이상이 면세점 매출액이었다.
마찬가지다. 이러한 식으로 하면 25조 금방 만들 수 있다. 
지금 중국인들이 제주도에 투자하는 사업에서 건설비, 분양수입 등을 모두 제주도 지역총생산에 포함하면 25조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또한 영주권을 받은 중국 부자들의 소득 또한 지역총생산에 포함한다면 충분히 25조 할 수 있다.

또 있다. 제주개발공사를 기업공개 한다면 자산가치가 10조원이 넘을 수 있다. 여기서 5조원만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를 한다면 약 8조원 이상의 지역경제파급효과가 발생한다. 소득유발효과와 생산유발효과까지 고려하면 25조 금방 넘을 수 있다.

또 있다! 제주도민들이 그렇게 염원하는 신공항 건설이다. 신공항 건설이 시작되면 10조원의 지역총생산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신화역사공원, 예래동휴양형주거단지, 노형동 드림타워, 무수천 유원지 개발 등등... 정말 많다.

자! 성장에 따른 효과 즉, 고용창출, 생산성 향상 등이 내재화될 것인가를 봐야 한다.
실업률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총생산 총량만 늘어나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대부분의 도민이 고통을 받게 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수도 있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나빠지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 경제를 건전하게 떠 받히던 도내 기업들이 모두 도산할 수도 있다.

잘 효과가 누적되지 않는 숫자상의 성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즉 특정한 시점에서 GRDP는 25조 수치상으로는 맞출 수 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25조 원 주장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모 후보는 번지수를 잘 못 짚은 것일 수도 있다. 
이 논의의 결정적인 맹점이자 문제점은 바로 성장에는 주체에 대한 논의가 생략된 것이다.

좋다. 총량적으로 25조원이 된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규제완화를 한다고 해서 제주도 투자유치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 달라질 것이 무엇인가?
땀 뻘뻘 흘리면서 밭에서 어렵게 노동하던 사람들이 편하게 중국인 펜션에서 가정부나 관리인으로 근무하는 것이 과연 도민들이 행복해지는 것일까?
James Mills의 정의론에 의하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더 정의롭다고 할 수 있다.
지금 25조 원 논쟁은 결코 정의롭지 못한 논쟁이다.

어쨌든 GRDP 25조 원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자 이를 주장했던 후보는 "현재 제주의 관광과 1차 산업의 부가가치가 너무 낮아 고부가가치로 질적 전환을 하고, 전국 최하위권의 부가치를 울산과 같은 3만불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표현한 것"이로 애둘러 설명했다.
하지만 도지사 후보의 언행은 도지사로 당선되었을 때, 도민들이 추구해야 할 목적(goals)이 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행정체계, 공간구조, 경제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모든 우선 순위가 바뀐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의 언행은 신중하고, 치밀해야 한다.
과여 우리가 표방해야 할 가치나 비전이 경제에만 한정된 것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난 2010년 7월 1일 우근민 지사가 출범식에서 진단했던 제주의 4대 위기 중 하나인 미래비전 부재의 위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제주도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지속가능한 제주도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경제적으로 생존가능하고, 사회적으로 형평성이 보장되고(정의로운), 환경적으로 수용하고 견딜 수 있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모든 도시의 공통된 비전이기도 한 것이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이 지속가능성이 바로 제주도의 미래 비전이고, 제주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사회정의와 지속가능성은 한 마디로 기본이다. 
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토록 특정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은 그는 우리와 달라 능력이 있기 때문에 사회정의와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댓글 : 0
다음 포스트 :: 제주도의 미래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