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의 비전에 대하여

국제자유도시담론 | 2014-02-14 오전 10:32:02 | 조회수 : 1557 | 공개


10월 6일 타계한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비전으로 똘똘 뭉친 CEO이자,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가 없었다면 일반 주민들이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일이나 디자인의 철학은 바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홍익인간 정신이 스티브 잡스의 비전이었던 것이다. 그는 항상 우리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였다. PC가 그랬고, 아이폰이 그랬다. 한 개인의 비전도 이처럼 인류의 생활양식을 바꾸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의 비전의 영향력이나 역할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비전과 미션은 모든 일의 첫 단추인 셈이다. 이처럼 제대로 된 비전은 기업의 경쟁력과 도시의 삶의 질을 높여, 세상을 이롭게 한다. 

그런데 제주도의 최상위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2차 계획의 내용을 보자. 연구진이 제시한 제주도의 비전은 ‘호통무계(互通無界)’ ‘호락무한(好樂無限)’이다. 교류, 교역, 비즈니스 등 경계 구분 없이 자유롭게 통하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호통무계 지역이 제주여야 하고, 여가와 관광, 쇼핑, 생활 등을 통해 무한한 만족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호락무한한 곳이 제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좋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고, 종합계획 연구진들이 제시한 계획의 비전에는 우리 도민이 없다. 주체가 없는 비전은 있을 수 없다.

종합계획의 비전이 얼마나 부실하고 황당한지 2008년도에 작성된 런던 플랜이 제시하고 있는 비전을 보자. 이 계획은 세계를 선도하는 환경친화적인 도시 런던을 제시하면서, 비전에 따른 화두로 성장(Growth), 형평성(Equity),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로 설정하였다. 이는 모든 계획이 기본적으로 제시하는 비전인 것이다. 런던은 비전을 토대로 살기 좋은 도시, 번영하는 도시, 차별 없는 도시, 접근이 쉬운 도시, 환경친화적인 도시 5가지 주제를 제시하면서, 각 주제에 따른 계획의 목표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다시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의 내용으로 돌아와 보자. 성장은 있되, 형평성과 지속가능한 개발은 없다. 도민이 없는 성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이 없이 제주도는 성장할 수 없다. 공청회까지 제시된 보고서의 내용을 볼 때, 연구진들이 제시한 제주의 비전과 각 부문별로 제시하고 있는 비전이나 목표의 일관성이 얼마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보기 바란다. 
2008년 런던플랜과 비교해볼 때,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한참 수준 이하의 계획이다. 계획의 비전이 없다는 것은 실현 수단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종합계획을 근간으로,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을 비롯한 다양한 계획들이 수립될 것이다. 첫 단추가 잘 못 꿰어졌기 때문에, 마지막 단추 또한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결국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비전 또한 어두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연구진들은 어떻게 보완해 나갈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계획의 수준을 한 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비전이 명확해야 우리 도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어려움을 참으면서 계획을 실행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게 바로 선진국이 보여준 계획의 사례들이자,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종합계획이 추구해야할 가치인 것이다.

<이글은 2011년 10월 11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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