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20150206 기고] 제주미래비전계획 더 이상의 논란이 없어야 한다.

Vision & Innovation | 2015-04-15 오후 5:31:44 | 조회수 : 1710 | 공개

제주미래비전계획은 원희룡 도정이 야심차게 시작하는 용역이다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비법정계획이니중복용역이니 하는 논란이 있었다하지만 의회는 도지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상임위원회에서 삭감된 용역비의 일부를 예결위에서 복원시켜주었다.

지난 3일 제주도청에서 이 용역 착수보고가 열렸다시민단체는 미래비전계획이 법정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과 상충될 우려가 있으며일부는 도정이 바뀌면 캐비닛에서만 보관되는 용역이라고 비판했다.

착수보고에서 제시된 용역의 기본 골격에 대한 논의는 차치해 두고라도과연 이 계획이 법정 계획이 아니라서 문제가 정말 생기는 것일까 하는 것은 우리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지방자치권한 중 하나가 계획고권이다계획고권이란 자치단체 스스로가 미래의 발전방향을 설정하고스스로 결정하고 실현하라는 권한이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30년 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관여하던 행태가 아직도 법률에 그대로 남아 있다계획고권의 대표적인 계획인 도시기본계획의 예를 보자계획수립권자수립절차포함돼야 할 내용,세부적인 작성기준까지 중앙정부가 만들고 지방정부는 그대로 따르라는 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위한 계획 수립에는 한계가 있다이러한 이유 때문에 1995년 민선 자치단체장이 선출된 이후 전국적으로 장기발전구상이라는 비법정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한때 유행이었다그 당시만 하더라도 도시기본계획 승인권한이 중앙정부에 있었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하지만 제주도는 다르다도시계획 결정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중앙으로부터 이양받았다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가능하다.

싱가포르의 최상위 도시계획인 콘셉트 플랜(concept plan)도 비법정 계획이다주민의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우리의 도시관리계획과 유사한 마스터플랜(master plan)의 지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마스터플랜으로 어떠한 용도지역제를 적용할 것인지도 법이 아닌 콘셉트 플랜에서 다뤄진다철저하게 콘셉트 플랜에서 정한 미래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이 수립되고,이를 토대로 세부적인 개발규제계획과 국유지 판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비법정계획으로 도시계획을 추진할 때제주도의 여건변화에 즉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시관리계획 수립이 더 쉬울 수도 있다.

왜 원희룡 도정이 미래비전계획이라는 카드를 던졌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도시관리계획은 도시기본계획(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토계획법의 원칙이다그런데 2025 제주광역도시계획이나 2012년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부합하게 사업자의 제안을 수용하고 있는가그러한 수용이 제주도민에게 실리적이고사회적으로 공정하며환경적으로 수용 가능한 도시관리계획인지를 면밀히 검토한 후 추진해야 했다이에 대해 대다수의 도민들이 그렇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 용역을 발주한 것이다기존 틀에 박힌 도시계획의 틀을 깨고,입안권자의 도시계획 입안권한 남용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지금은 이 계획을 비판할 게 아니라 제대로 수립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다만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것은 이 용역이 각종 의견수렴 절차 등을 포함해 9개월 만에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혹자는 광역도시계획과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이 수립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는 기존 계획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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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연구진과 제주도정이 하나가 되어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수렴하고이를 객관적으로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계획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집행할 별도의 전문조직 또한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어쩌면 올 한해가 제주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정민(도시계획박사·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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