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이란 말 처럼 학자, 공무원, 언론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제대로 개념이 잡히지 않은 말이다. 어지러울 亂, 열 開, 쏠 發. 난개발은 한 마디로 어지러운 개발이다.
우리나라에서 난개발이 처음 문제가 되었던 곳이 바로 경기도 용인시이다.
1990년 초반까지만 해도 용인하면 에버랜드, 골프장, 묘지가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단어였다. 지금은 용인하면 아파트다.
1999년 국제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하면서, 주택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서면서, 계획적인 개발이 아닌 국토이용관리계획 변경을 통한 개별 주택사업에 의해서 주택공급이 이루어졌다.
이들 아파트 대부분이 분당인근 용인시에 집중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당시 국토이용관리법상 유보적인 용도지역이었던 준농림지역이 1994년도 도입된 이래 1999년까지 총 30만건의 국토이용변경행위가 이루어진다. 이 가운데 아파트가 663건으로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었다.
문제는 주택건설 및 공급기준에 의해 2,500세대 이상의 아파트단지는 초등학교를 건설해야 하지만, 이를 피하기 위하여 이 규모 이하로 개발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학교용지부담금제도가 도입되기도 하였다. 부동산사업시행자들은 관련 규정을 교묘하게 피해나갔다.
용인시 항공사진을 가장 보면 정말 난개발의 실정과 그걸 행정에서 치유하더라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에 설치되어야할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산중턱에 건설되었다.
우후죽순처럼 도시가 외연적으로 확산되면서 주변 도로는 혼잡하여 출퇴근시간대는 이동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이를 개선한다고 용인시 경전철이 건설되었지만, 그 노선이 시내 고속화도로, 주간선도로와 경합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용인시 재정을 갉아먹는 괴물로 변해버렸다.
감사원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토이용관리법과 도시계획법을 하나로 통합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러한 난개발의 뼈아픈 과정을 통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특별시장,광역시장,시장, 군수, 특별자치도지사는 자신의 관할 구역에 대해서 20년 후를 목표연도로 하는 도시의 미래상과 발전방향을 정하는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주민의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도시관리계획은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게 수립하도록 규정되었다.
즉, 난개발이란 도시기본계획이 정한 사항에 맞지 않게 이루어지는 개발행위가 바로 난개발인 것이다. 일부 공무원이나 학자들은 도시관리계획을 수반하는 사업은 난개발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난개발을 기계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도시관리계획과 도시기본계획의 부합여부를 어떻게 누가 판단할 것인가? 상위계획인 도시기본계획에서 구체적인 지표를 정하게 되면 상황이 변화되는 경우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해야 사업이 추진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구체적인 지표보다 도시의 미래비전과 발전방향,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 위주로 수립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도시기본계획의 바이블로 런던플랜 2008과 싱가포르 컨셉트 플랜 2011을 추천하고 싶다)
담당공무원이 독자적으로 도시기본계획고 도시관리계획의 부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입안과정에서 주민과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지방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부합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는 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전문가를 초빙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점이 안타까울 따음이다.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개발행위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정에서는 난개발이 가지고 올 병폐를 감안하면서 인.허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제주도 또한 난개발로 시름하고 있다. 도시계획조례에서 허용된다고 법적인 요건만 충족되면 무조건 허용하고 있다.
지금 신제주 일원 자연녹지지역을 보자. 최근 2~3년 동안 공동주택이 무분별하게 들어 있다. 도로여건도 충분하지 않고, 편익시설은 말할 나위 없다. 공공하수도 또한 포도송이 연결되듯이 연결되다 보니, 언젠가는 문제가 터질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적 부분에서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개발을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은 따로, 그 개발로 인해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 따로 있는 것이 제주도의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개발을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지키기 위하여 각종 민원을 제기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비용을 부담하는 줄도 모르는 대다수의 주민들은 조용히 있는 것이 우리나라 제주도의 현실이다.
목소리 큰 일부에 의해서 행정이 좌지우지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주민 스스로가 학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을 뺏기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 행정은 스스로 잘 바뀌지 않는다.
행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주민의 발 밖에 없다. 결국 투표로 바꿀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