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NEW-제주 … 도시를 디자인하자 … 제주시 구시가지 경관

관덕정·목관아지 주변 지역 도심 기능 쇠락

낡은 주택·무질서한 건축물 등 도심 경관 삭막

공원·주차장 확보 등으로 주거기능 되살려야


제주시 관덕정 및 제주목관아지를 중심으로 한 주변 배후지역은 탐라국 이래 제주의 정치, 행정, 문화의 중심지로서 제주시 발생의 모태가 되고 있는 지역이다.

제주시 청사가 현재 위치로 이전하기 전인 지난1970년대말까지만 해도 각종 관공서등 공공기관과 병.의원, 기업체등이 밀집돼 구시가지의 핵심이자 최대 상권으로 명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공공기관등의 이전에 따른 도심기능의 쇠락과 더불어 상업지역으로서의 기능이 점차 약화되면서 지금은 좀처럼 활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다보니 구 도심의 전통적인 경관 특성도 점차 잃어가 도심의 매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게 현실.

도심속에 고립된 낡은 주택과 조잡하고 무질서한 건축물, 비좁은 도로, 녹음이 거의 없는 삭막한 경관이 구 도심의 현재 모습이다.

우선 목관아지 주변부터 들여다보자. 이 곳은 저층의 주거형 건물이 주종을 이뤄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주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노후하고 녹음이 거의 없는데다 주변 도로는 비좁기 그지 없다.

관덕정 서쪽의 구 제주시 청사만 해도 그렇다. 연면적 2549㎡의 지상2층 건물인 구 시청사는 지난1959년5월 준공된 이후 45년이 지난 그대로다.

시청사 이전에 따라 지난1988년8월 이곳에 호텔을 짓겠다는 개인에게 매각됐지만 아직도 낡은 건물 그대로 벼룩시장으로 운영되면서 도심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 되고 있다..

제주시가 이 부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기위해 다시 매입을 추진중이지만 어려운 재정여건상 이 마저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낡고 조잡한 건물은 이것만이 아니다. '먹자 골목'으로 통하던 무근성 일대는 미시촌등 유흥업소로 간판만 바꿔단채 아직도 볼품없는 단층의 노후건물들이 옹기종기 밀집돼 곳곳에서 불량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도심의 매력이라는 도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일대 도로는 협소하기 그지없고 여인숙등으로 통하는 일부 골목길은 겨우 한 사람 정도 드나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비좁아 경관 및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이 일대가 상업지로서 매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주거기능으로 달라진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상업용지로서 기능이 떨어진 곳에는 주변 건축물과의 조화는 전혀 배제된 '나홀로 아파트' 형태의 주상복합건물들이 속속 들어서 기형적인 주거지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관덕로 남쪽에 입지한 밀레니엄 아파트가 그 대표적인 예다.

1~2층 정도의 저층 상가와 주택 사이에 12층 건물이 떡 버티고 들어서 위압적이고 답답한 경관을 만들며 이 일대 시가지의 전체적인 스카이라인을 볼품없게 바꿔놓고 있다.

제주북초등학교 주변의 무근성 일대도 마찬가지다.

주상복합 형태의 건물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군데군데 들어서면서 이 지역의 전통적인 경관미를 흔들어놓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상가로 사용하는 저층 전면부를 도로변쪽으로 나오게하고 상층부의 주택은 발코니를 만들어 조경을 하는, 중저층의 연도형 주상복합건물 형태를 띠지만 우리의 경우는 주변 건물과의 조화나 경관미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욱이 이런 무질서하고 단조로운 건축물의 난립은 주거환경까지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현장에 동행한 이정민 박사는 "상업지역이 너무 '공급과잉'됐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상업용도 기능으로 부적합한 지역까지 무분별하게 상업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장사도 안되고 주택도 못 짓는 손해를 자초하고 있다"며 상업지역을 축소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이 박사는 특히 "도심 경관은 상권 활성화와 직결된다"며 "도심에 공원과 주차장을 확보하고 노후화된 주거기능을 되살리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시청사 이전에 따라 제주시 최대 상권의 바톤을 넘겨받은 시청 학사로 일대 도심경관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1970년대 초반에 형성된 중앙로 상권의 경우 건물벽을 붙이는 합벽방식으로 개발돼 그나마 건물높이라도 일정하지만 시청 학사로 일대 건축물은 일정한 패턴을 찾지 못해 산만하기 이를데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물높이는 3층부터 10층 이상까지 가지각색이고 제각기 앞뒤로 돌출되는등 건축물의 경관이 안정되지 않고 제멋대로다. 필지 규모에 비해 건물의 고층화가 심한 점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좋은 배후 여건 덕에 활기가 넘쳐 이 일대 경관이 관심권 밖에 있지만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청사 이전이 이뤄질 경우엔 사정이 달라질수도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