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시대의 도시계획을 위한 제언

제주 도시계획이야기 | 2014-06-12 오후 8:05:57 | 조회수 : 2053 | 공개

1. 시작하면서 협치가 가능할 것인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가 당선되었다. 원희룡 후보의 주된 공약이 바로 협치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제주는 선거때마다 줄 세우기, 편 가르기가 반복되면서 통합을 이루지 못해 제주도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제주의 발전을 위해 인사와 예산, 시간과 업무를 도민에게 이익이 디는 방향으로 집중하고 열린 행정, 투명 행정, 민관협력의 수평적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 당선자가 제시한 협치 키워드의 주요 골자다.
 
과연 협치가 가능할 것인가? 가능할 것이었다면 왜 다른 도지사들은 하지 못했는가?
아마도 첫번째 이유가 도지사 선거과정에서 정치적인 부채를 지기 때문에 당선 후 부채를 갚는 과정에서 도지사가 정책 입안권을 정의롭게 집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서 도지사를 견제하던 시장, 군수가 사라졌고, 여기에 더불어 중앙정부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사라지면서 한마디로 도지사는 제왕적 권한을 부여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협치를 하자고 한다. 수평적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의사결정에 다양한 주체들을 참여시키겠다고 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상생을, 제주도 원희룡 당선자는 협치를 키워드로 선택한 것이다. 이들 모두 2022년 새누리당의 강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무엇인가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인 노력이 아닌가 한다.
 
만약 당선자가 진정한 협치를 하고 싶다면, 도지사가 집중된 권한을 내려 놓아야 한다. 이는 당선자가 내려 놓겠다고 하더라도 시스템을 모르면 내려 놓을 수 없는 것이 권한이다. 
도정에서 도지사를 대신하는 사람은 바로 관련 실과 실과장이다. 이들이 자신의 권한을 내려 놓겠다고 했을 때, 이들을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때 협치가 가능해진다.
새도정인수위원장을 상대방 후보를 영입한다고, 다른 당에 정무부지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협치나 상생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이번은 원희룡 당선자에게 기대를 걸 수 있다. 그는 행정관료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며, 다른 도지사들에 비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적인 부채를 거의 지지 않고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당선자가 도지사 자리에 급급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사년을 통해서 제주도의 체질이 바뀐다면 제주도는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를 선도하는 국제자유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2. 도시계획권한부터 내려 놓는 것이 협치의 시작이다.
 
도시계획은 도시의 장래를 준비하는 행정이다. 도시계획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상충되는 행정도 없다. 
도시계획을 자칫 잘못 운용하면 난개발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고, 특혜논란에 휩쌓이기도 한다. 지난 2012년 9개월 동안 논란이 되었던 연동그린시티의 경우에도 도시계획 입안권이 남용되는 경우 어떠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선 5기 출범 당시 잘못된 도시계획 입안권과 결정권을 바로 잡기 위하여 블랙나이트 개발사업시행승인과 롯데관광단지개발사업시행승인에 대해서 마지막 행정절차까지 이행되었지만 취소했다. 
 
임기말인 2014년 오뉴월은 어떠한가? 카지노, 화재에 대한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지사는 개발사업시행승인과 건축허가를 강행했다. 도지사가 건축허가를 줄 수 밖에 없다고 한 이유는 2009년에 이미 호텔과 공동주택으로 허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건축법에는 건축허가 후 1년 이내에 착공하지 않느 경우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주택법 또한 3년 이내에 착공하지 않는 경우 공동주택사업계획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현 도정에서 엄연히 할 수 있는 일을 현 도정은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인허가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상가관광단지는 어떠한가? 대규모 쇼핑아웃렛으로 의심되는 시설이 들어서고, 산록도로에서 한라산 방향에 입지하여, 경관파괴가 예상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고 있다. 그런데 4년 전 우도정은 산록도로위에 있는 롯데관광단지 개발사업시행승인을 취소했다. 
또한 애월읍 광령리 인근에 쇼핑아웃렛을 추진하던 사업자에게는 지역상권과 협의를 한 후 추진하라고 하면서 결국 지구단위계획 변경 주민제안을 거절하였다. 
너무나 모순되는 행위가 아닌가? 관피아로 얽힌 업체에 용역을 의뢰하지 않아 쇼핑아웃렛을 추진하던 사업시행자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인가? 
 
많은 권한이 도지사 1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도지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지사가 된다고 하면 되고, 약간 미적거리면 그 사업은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도지사 1인에게 너무나 많은 권한이 집중되면서 도시계획에 대한 합리성과 원칙을 잃어버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민이 제안하는 도시관리계획 변경(결정)을 수용할 것인지 말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도지사의 의지가 아닌, 도지사가 주민들 앞에서 자신이 약속한 도시의 미래발전방향과 부합하는지에 따라서 결정해주어야 함에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한이 집중되어 부패할 수밖에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일부 이양해야 한다. 제주도에서는 권한을 공유할 수 있는 기관은 도의회 밖에 없다. 물론 도의회는 법인이 아니다. 하지만 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권한을 공유하는 방안이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방안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3. 입안권과 결정권 둘 중 하나는 분리해야 한다.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이다. 자기 책임하여 자기가 세운 정책을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 자치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다. 실패한 정책은 법적인 처벌보다는 정치적으로 판단을 받도록 하고 있는 것이 관련 법의 취지다. 즉, 미래발전방향이나 원칙에 맞지 않는 도시계획 입안과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형법상의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도시계획 입안권을 특별시장, 광역시장, 특별자치도지사, 특별자치시장, 시장, 군수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구청장은 자치단체장이기는 하지만 도시계획입안권이 없다. 그리고 결정권한은 상급 행정기관인 광역자치단체와 중앙부처가 결정하거나 승인하는 법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시절 지방분권을 위해 중앙부처가 가지고 있던 권한 상당부분을 지방으로 이양했다. 물론 광역자치단체의 결정권한 또한 기초자치단체로 이양되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랐다. 도시계획과 관련된 모든 권한이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게 집중되었다. 중앙부처가 제주도 도시계획에 대해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계획과 관련하여 이를 평가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없어진 것이다. 원희룡 당선자가 협치를 위하여 권한을 나눠 가지고 싶어도 나눌 수 있는 기관이 없다. 의회는 법인격이 아니기 때문에 준다고 해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도시계획조례 제.개정 권한도 가지고 있고, 의견제시의 건과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제도만 활용하더라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쉽지 않다.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권은 상위법에서 위임되지 않은 규정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도의회가 동의를 거부하는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승소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는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협의내용 동의안 처리시 1건의 부동의도 없었다는 점이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의견제시의 건도 마찬가지다. 도시계획 관련 법령 자체에서 주민 및 의회의 의견제시는 말 그대로 의견일 뿐이고, 반드시 기속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도정이 의회와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려고 의회의 의견을 일부 수용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도시계획 관련 조례를 제.개정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있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도시계획은 장소와 밀접한 행정이기 때문에, 특정한 장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모든 장소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조례를 개정하여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은 적절치도 않고, 부작용으로 인한 문제 때문에 해서도 안되는 행위이다.
 
한마디로 협치를 위한 권한 분산이 현 제도상으로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4. 과연 방법이 없을까?
 
도시계획은 미래를 준비하는 선행행정이자 계획행정이다. 도시계획 입안권이나 결정권 중 어느 하나만 견제가 제대로 이루어져도 개발사업에 따른 특혜 논란과 이로 인한 지역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 진행과정에서 어떠한 권한을 어디로 분산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도시계획과정은 입안과정과 결정과정으로 나뉜다. 입안과정에 대한 권한을 다른 기관과 나누는 것은 자치권의 하나인 자치계획권의 확보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결정권한은 나누더라고 큰 문제는 없었고, 결정권한을 공유하므로써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다. 
결정권한을 공유하는 방법에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결과(결정사항)에 대해서 도의회의 동의를 받는 방법이 있고, 다른 대안으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승격시켜 도의회가 이를 운영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전자의 방법은 특별법으로 권한을 이양받아야 가능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8대때부터 의회에서 특별법 제도개선시마다 제안하였지만, 제주도지사가 권한을 공유하기 싫어서 이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이번은 다르다. 협치를 주장하는 원희룡 당선자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이렇게 된다면 제주도만의 새로운 도시계획제도가 마련된다. 하지만 제주도가 제주도의 실정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려고 해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제주도만 허용하면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이를 요구한다면, 규제완화라는 대승적인 조류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설득하는 것은 원희룡 당선자의 정치적인 역량이라 생각한다. 정치인 출신 도지사기 때문에 이는 충분히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방법은 도시계획위원회를 감사위원회와 같이 합의제 행정기관 형태로 독립시키고 이를 의회에 두는 방법이다. 지금 관련 법규나 제주도 도시계획조례에 "도시계획상임기획단"을 설치하도록 의무조항으로 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설치하지 않고 있다. 조직과 정원의 문제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직이기주의에서 도시계획 관련 부서가 밀리기 때문이다. 
도내에 도시계획 전문가가 부족하고, 도시계획위원회에도 도시계획전문가 비율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시계획상임기획단의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상임기획단에서 제주도 도시계획 발전을 위한 기초연구를 담당한다면 외국 수준에 필적한 도시계획 역량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계획의 일관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도시계획상임기획단 구성원이 인사권자인 도지사의 눈치를 보면서 운영된다면, 그린시티, 드림타워,상가관광지와 같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없다.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도지사 소속이 아닌 다른 기관 소속으로 두어야 한다. 제주도에서 제주도 외의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의회밖에 없기 때문에 의회에 두자는 것이다. 
도시계획상임기획단 자체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단장을 포함하여 5명이면 충분하다. 도시계획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전문인력은 많다. 외부에서 공모한다면 지원할 자원은 충분하다. 이들은 일반공무원과 달리 승진에 대한 욕망이 약하다.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면 급여가 적어도 일할 자원이 많다.
 
5. 마치면서
 
협치라는 것은 제주도 여건에서는 구호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선자가 의지만 가지고 자신의 권한을 조금만 공유한다면 충분히 가능해진다.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별도의 독립된 도시계획상임기획단이 운영된다면 우리의 도시계획도 외국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도 도시계획을 수출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제주도에 필요한 것은 조직이나 예산이 아닌, 비전, 희망, 열정이다. 이 것만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이게 원희룡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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