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카지노 전쟁

국제자유도시담론 | 2014-09-02 오전 10:34:28 | 조회수 : 3014 | 공개

[새 연재 | 세계의 카지노 리조트 산업]
불붙은 동남아 카지노 전쟁, ‘도덕국가’의 빗장을 열다
말레이시아 · 싱가포르
이충기│경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cklee@khu.ac.kr│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이슬람과 도덕률과 카지노. 이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은 21세기의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적확한 실례를 찾을 수 있다. 이슬람 국가 말레이시아 고산지대의 독점 카지노에서 자본을 축적한 중국계 기업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 싱가포르의 문을 두드렸고, 카지노의 천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성장한 다국적 자본도 지구를 반 바퀴 돌아 같은 길을 걸었다.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는 동남아 카지노 리조트 전쟁, 그 복판을 들여다본다. 
 
 
말레이시아 겐팅하일랜드 리조트 전경.(왼쪽)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 외부 모습.(오른쪽)

#장면1

해발 1760m. 겐팅하일랜드의 밤은 적도 부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선선하다. 하루에도 수차 흐렸다 갰다를 반복하는 이 고산의 휴양지는 ‘구름의 꼭대기(雲頂)’라는 한자 이름에 어울리게 산을 타넘는 안개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사막의 뜨거운 바람과 열대의 습한 기후를 피해 날아온 터번 쓴 관광객들이 삼원색으로 치장된 테마파크 곳곳에서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는 이곳은 말레이시아 유일의 카지노 리조트다.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자동차로 불과 30분 남짓. 외국인과 내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출입시키는 카지노는 창립 45주년을 기념하는 현수막 문구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곳곳이 빛바랜 모습이지만, 유흥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말레이시아의 사람들은 주말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서 놀이공원 입장을 기다린다. 페인트칠이 좀 벗겨졌다 한들, 매캐한 담배연기가 카지노 안에 가득하다 한들 어떤가. 선선한 기후와 대도시 근접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도 이 리조트는 매년 19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장면2

컨테이너선으로 가득한 싱가포르 앞바다와 하역설비가 즐비한 항구 사이라는 어색한 자리에, 방금 꿈에서 튀어나온 동화의 왕국처럼 리조트월드센토사(Resort World Sentosa·이하 RWS)가 자리 잡고 있다. 도시국가 싱가포르 남쪽 센토사 섬에 있는 이 왕년의 군사기지는 오밀조밀한 외양을 자랑하는 그림 같은 호텔과 할리우드에서 직수입했다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18홀 골프장과 백사장이 눈부신 해변을 갖춘 종합 리조트로 탈바꿈했다. 물론 1만5000㎡ 규모의 초대형 카지노도 빼놓을 수 없다. 말레이시아 겐팅하일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화교자본 겐팅버해드사(社)가 미화 50억달러를 투자해 올해 1월 문을 열었다는 바로 그 리조트다.

한번 들어온 돈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풍수 개념을 차용해지었다는 거대한 새장 모양 천장 밑으로, 빠르고 톤 높은 광둥어를 쓰는 관광객 무리가 쉴 새 없이 빨려들어간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산 슈렉 모양의 물통을 자랑스레 손에 쥔 아이들은, 가득 늘어선 명품점들을 끊임없이 곁눈질하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 화려하게 치장된 호텔 회랑을 지나간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바카라 테이블에 뛰어들었다가 돌아서야 했던 아빠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할 테지. 이름 하여 휴일을 즐기는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복합휴양지다.

#장면3

센토사섬에서 자동차로 10분, 싱가포르 정부가 바다를 메워 조성한 신시가지 마리나베이의 끝자락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위용을 자랑하는 세 동의 건물이 남중국해를 내려다보고 있다. 평범한 건축감각으로는 아찔하기까지 한 사람 인(人)자 모양의 55층 호텔 꼭대기를 올려다보면, 이들 세 건물을 연결한 길이 340m의 스카이파크 옥상정원이 금세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이하 MBS)다.

호텔보다는 뉴욕 맨해튼의 비즈니스 타워에 가까워 보이는 초대형 로비와 레스토랑은 지척에 있는 싱가포르 도심 금융가에서 방금 M·A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듯 말쑥한 차림의 비즈니스맨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아마도 금세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옥상정원의 짜릿한 수영장에 뛰어들거나, 시크한 여피(Yuppie) 스타일로 꾸며진 초현대식 카지노에서 칩을 던지게 될 것이다. 과연 일과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현대식 리조트를 지향해온 라스베이거스샌즈(Lasvegas Sands·이하 LVS)의 야심작답다.

RWS가 총천연색으로 치장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면 MBS는 바우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추상미술이다. 거대한 지하 아케이드에는 곤돌라가 떠다니는 실내 운하가 있지만, 그 역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추상화 버전이라는 듯 무채색과 금속성의 외장재로 디자인돼 있다. ‘번잡한 것은 곧 유치한 것’이라는 뜻일까. 휴식도 분초를 쪼개가며 즐겨야 하는 글로벌 자본주의 전사(戰士)들의 리조트라는 디자인 콘셉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
 
 
 
말레이시아 겐팅하일랜드 리조트의 주요 시설. ① 인근의 아와나겐팅 골프장 ② 1980년대 팝 스타들의 공연이 잦았던 콘서트장 ‘아레나오브스타즈’ ③ 상설공연 ‘대즐’ ④ 실외 테마파크.

방아쇠 당긴 마카오의 질주

최근 전세계 카지노 산업의 큰손들은 단연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2009년 마카오의 카지노 매출액 149억달러는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네바다주의 카지노 전체(매출140억달러)을 추월한 규모였다. 산간오지에 카지노와 호텔만이 들어섰던 과거의 모습도 과감히 버렸다. 테마파크와 컨벤션센터, 명품 쇼핑가, 각종 공연 등 엔터테인먼트를 통합한 이른바 ‘복합 리조트(Integrated Resort)’ 개념의 출현 덕분이다.

카지노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마카오였다. 1999년 포르투갈령에서 중국 영토로 반환되는 과정에서 라스베이거스에 기반을 둔 대형 카지노업체들에 허가권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 2004년 LVS가 마카오에 최초로 개장한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카지노 샌즈가 하루 평균 4만5000명의 방문객을 끌어 모은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2007년에는 복합 리조트 스타일의 정점을 찍은 베네치안(Venetian) 카지노도 이곳에서 문을 열었다. 2010년 현재 마카오의 카지노 숫자는 33개에 달한다.

카지노가 돈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 각 나라 정부는 앞 다투어 관련 정책 변경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2009년 대만은 관광수익 획득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서지역에 한해 카지노를 합법화했다. 지역주민의 찬반투표를 통과하지 못해 미뤄지긴 했지만 대만 해협의 펑후(澎湖)제도에 두 개의 카지노 리조트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형법으로 카지노를 금지해온 일본에서는 지난 4월 여야 100여 명의 의원이 합법화를 목표로 초당적 연구단체를 조직했다.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는 독립 이후 도덕국가를 자부하며 카지노를 금지해왔던 싱가포르다. 아시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카지노 건설을 결정한 싱가포르 정부가 극심한 정치적 반대를 뚫고 관련법을 통과시킨 것이 2004년. 마카오의 대형 카지노에 중국 등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자국의 핵심 산업 가운데 하나였던 관광분야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두 개의 복합 리조트를 동시에 건설해 부진한 상황을 단번에 타개해보겠다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바로 올해 문을 연 RWS와 MBS라는 카지노 리조트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계기로 2015년까지 현재의 두 배가 넘는 17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그림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는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각종 종교단체와 사회단체들은 사행성 조장과 돈세탁 등 카지노의 부작용이 범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여당에서조차 까딱 잘못하면 싱가포르 국민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 반면 경쟁력을 잃어가는 싱가포르 관광산업의 출구는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 리조트뿐이며 특히 선발주자만이 투자효과 극대화를 누릴 수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사회적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허가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을 초기 공모부터 입찰까지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잡음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해 부정적인 여론을 돌파하는 데 성공한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나이였다는 중국계 사업가 림고통(林梧桐)에게 카지노 독점 사업권을 맡겨 일찌감치 겐팅하일랜드를 만든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양새다. 이슬람 국가라는 정체성으로 인구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중국계 외에는 카지노에 관심이 적을뿐더러, 겐팅하일랜드가 점하고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과 수도에서 30분이면 닿는 위치만으로도 충분한 숫자의 내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
 
 
 
싱가포르 리조트월드센토사의 주요 시설. ① 페스티브워크의 야경 ② 새장 모양을 본땄다는 천장 디자인 ③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전경

새로운 활로를 찾아서

사실 따지고 보면 싱가포르를 비롯해 최근의 카지노 사업자들이 추구하는 복합 리조트 개념의 시초가 바로 겐팅하일랜드다. 카지노를 중심으로 외국 유명가수들이 수시로 무대에 섰던 대규모 공연장과 아이들을 위한 실내외 놀이시설과 워터파크, 승마장과 골프 코스를 통합한다는 것이 겐팅하일랜드의 구성 콘셉트였기 때문. 산꼭대기 위에 휘황한 불빛으로 반짝이는 신천지(新天地)를 만들어 ‘모든 종류의 즐거움이 있는 곳’으로 꾸미겠다던 설립자의 야심은 최근의 복합 리조트 전략과 그대로 맥이 닿는다.

클리프 리처드와 올리비아 뉴튼존, 보이즈투맨이 공연했던 1980년대, 동남아에 카지노 리조트가 흔치 않던 시절의 겐팅하일랜드는 단연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했다. 그러나 세월은 흐르고 상황은 변하게 마련. 대부분의 카지노 리조트가 그렇듯 겐팅하일랜드도 부유층을 상대로 하는 맥심 호텔 등 최고급 시설과 일반 관광객을 위한 중저가 숙박시설이 모두 마련돼 있고 카지노조차 이러한 원칙에 따른 듯 둘로 나뉘어 있지만, 고급시설에만 일부 신규투자나 개선작업이 이뤄지고 있을 뿐 리조트 전체를 현대화하거나 개념을 근복적으로 혁신해 새로 관광수요를 창출하려는 의지는 그다지 엿보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는 림고통의 아들이 이끌고 있는 겐팅그룹이 싱가포르에 세워진 RWS를 건설, 운영하는 당사자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겐팅이 싱가포르가 2004년 허가한 두 개의 복합리조트 사업권 가운데 하나를 따내는 데 성공했던 것. 쉽게 말해 더 이상 추가투자가 의미 없는 말레이시아 국내를 떠나 과감히 해외에 진출해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또 다른 카지노인 MBS는 앞서 설명했듯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자본이 직접 투자했다. 새로운 지역에서 활로를 찾기 원하는 카지노 자본과 해외투자 유치가 절실했던 싱가포르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이들 두 리조트는 각각 모기업이 100% 소유권을 갖고 있다. MBS는 총 투자금액인 미화 55억달러의 절반을 투자해 2010년 4월 30년 기한의 면허를 받았고, RWS 역시 투자금액 50억달러의 절반을 투자해 2010년 2월 마찬가지로 30년 기한의 면허를 받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들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10년 동안 신규 카지노를 허가하지 않는 준독점권을 부여했다. VIP고객 수입에 대해 세율 5%, 일반고객 수입에 대해서는 15%, 상품 및 서비스 7%, 기업소득세율 17% 등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도 싱가포르가 내민 당근이었다.

‘비즈니스’와 ‘가족’

싱가포르 정부는 이들 사업자의 리조트 건설안을 심사하고 채택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원칙을 세웠다. 주요 타깃 시장이 명확히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MBS가 비즈니스와 컨벤션, 엔터테인먼트에 중점을 두는 반면 RWS가 가족단위 관광객에 중점을 두게 된 이유다. 리조트의 주제, 주요 구성시설, 외관과 인테리어 디자인은 모두 각각의 목적을 위해 철저히 차별화됐다. 공통점이 있다면 카지노가 건설 및 투자비용에 대한 수익성을 보장하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뿐. 논란이 그치지 않았던 싱가포르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카지노를 간판주자로 내세우는 대신 복합 리조트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유사하기는 하다.

싱가포르의 금융 및 비즈니스 중심지에 위치해 있는 MBS는 건물 자체만으로도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과 관광지형을 바꾸어놓을 만한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에서 처음 시도됐다는 MBS의 건축양식은 일자형의 건물과 26도의 가파른 경사도로 지어진 건물이 23층에서 만나는 복잡한 시공으로, 한국의 쌍용건설이 시공을 담당했다. 55층으로 이루어진 3개 동의 호텔은 2560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의 주요 시설. ① 현대식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카지노 전경 ② 호텔 로비 ③ 스카이파크 옥상정원의 수영장

57층 위에 떠 있는 우주선 모양의 스카이파크 옥상정원은 전체가 개방돼 있어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과 남중국해를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650그루의 화초와 나무, 길이 150m의 수영장이 주는 지상으로 떨어질 것 같은 스릴도 무시할 수 없는 매력포인트다. 600여 대의 게임테이블과 1500개가 넘는 슬롯머신을 갖춘 카지노의 미니멀한 인테리어는 동남아 카지노 가운데 최상의 고급스러움을 표방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리조트 실내에 설치된 인공운하에서 곤돌라를 타거나, 350곳의 명품 쇼핑매장에서 쇼핑을 즐기거나, 50곳 넘는 레스토랑에서 온갖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전세계에서 수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연꽃무늬의 박물관, 4000석 규모의 최첨단 샌즈시어터,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 이벤트광장 등은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한다. 4만50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다는 초대형 컨벤션센터는 경쟁력의 압권이다. 명실 공히 한자리에서 비즈니스와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설인 셈이다.

반면 ‘가족’에 초점을 맞춘 RWS는 아시아에서는 일본 오사카 다음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를 유치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미국의 건축 디자이너 마이클 그레이브즈가 설계했다는 4개의 호텔은 연령대와 소득수준 등 관광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층 침대와 어린이용 객실 비품을 갖춘 가족 관광객용 페스티브 호텔, 세계적인 미술작품이 즐비한 부티크 호텔 마이클, 할리우드 브랜드를 그대로 수입한 젊은층 대상의 하드록호텔, 전 객실이 스위트룸으로 이뤄진 최고급 호텔 크록포드 타워 등이다.

부작용을 넘어서기 위해

게임 테이블 390대 규모의 카지노는 MBS보다 화려한 원색의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중국계 관광객의 취향을 겨냥한 듯 황금색과 붉은색을 많이 사용한 것만 봐도 그렇다. 호텔과 카지노,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연결하는 회랑 페스티브워크는 45곳의 명품점과 레스토랑으로 채워졌다. 서커스 ‘보야지 드 라 비에(Voyage de La Vie)’를 상설 공연하고 있는 대규모 콘서트장은 물론, 세계 최대 해양생물 생태공원과 해양사 박물관 등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인 시설들도 모두 가족 관광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RWS 측에 따르면 이 리조트는 2010년 2분기에 3억 싱가포르달러(한화 약 262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관광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이라는 목표에 따라 카지노 허가라는 카드를 꺼내 들긴 했지만, 도박중독 등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부작용은 당연히 싱가포르 정부의 고민거리로 남았다. 이는 최근 들어 윤리성을 강조하는 전세계 카지노업체들의 건전게임전략(Responsible Gaming Strategy)과도 맥이 닿는다. 싱가포르 정부는 저소득층의 카지노 출입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기 위해 내국인에 대해 1일 입장료 10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9만원), 연간 입장료 200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180만원)를 징수하고 있다. 이렇게 거둬들인 입장료는 도박중독 예방·치유기관을 포함한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되어 사회복지기금으로 사용된다. 역시 싱가포르 정부의 고심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도박을 스스로 끊기 힘든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첫째는 자기 출입금지 요청 프로그램으로,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 카지노업체에 출입을 정지시켜달라고 요청하면 3개월, 6개월, 1년 등 설정기간에는 카지노에 출입할 수 없다. 가족이 출입금지를 요청할 수도 있고, 채무불이행 중인 파산자나 정부의 재정보조금을 받는 이들에 대해 제3자가 출입금지를 요청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거액을 잃은 이들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자기 한도를 설정하는 프로그램도 실시되고 있는데, 사전에 베팅 한도액을 설정해놓으면 카지노 전산시스템을 통해 그 이상을 잃었을 때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주지하다시피 도박중독에 걸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애초에 계획한 것보다 많은 시간과 돈을 베팅하기 때문이다. 대박을 기대하거나 잃은 돈을 만회하려는 심리가 가장 큰 원인임을 감안하면 앞서 살펴본 각종 제한 프로그램의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러한 한도설정 프로그램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스스로 요청하는 사람에게만 제공된다.
 
 
 

두 개의 시사점

새로운 활로를 찾아 싱가포르에 온 겐팅그룹과 LVS의 전략, 그리고 카지노 전쟁이라는 총성 없는 싸움터에 과감히 뛰어든 싱가포르의 선택은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시사한다. 우선 싱가포르 정부는 카지노의 국제적인 추세인 복합리조트(IR)의 필요성을 사전에 인식하고 이를 입찰조건으로 제시하는 뛰어난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한화로 1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해외자본 투자를 가능케 해 경제성장 촉진으로 이어졌고, 싱가포르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수요와 시장 개척을 위한 촉매 구실을 하는 결과를 얻었다.

두 번째는 정부의 적극적인 여론 주도다. 일단 침체된 경제를 회생시키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반대로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강도 높은 여론의 우려에는 적극적이고도 신중하게 대응했다. 투자기업의 수익을 보장하는 동시에 내국인 사회에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상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카지노 업체와 긴밀히 협조하며 대안을 제시해나갔다.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미싼 내국인 입장료와 자기한도설정 프로그램 같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노력은 자본을 투자한 운영자 측에서도 나타난다. MBS는 직원과 고객의 도박중독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하버드대 의과대학과 함께 건전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해 종업원에게 교육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카지노의 매출을 끌어올리려 애쓰다가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를 적절히 견제하는 것만이 장기적인 투자이익의 회수나 사업의 성공적인 유지에 훨씬 이익이라는 점을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징수된 내국인 입장료의 일부를 도박중독 예방·치유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렇듯 싱가포르가 추구한 복합리조트 개발 모델은 카지노 합법화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많은 아시아 국가에 하나의 대안을 시사하고 있다. 외딴곳에 오로지 카지노와 호텔만으로 구성된 리조트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을뿐더러 반대여론을 돌파할 명분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물론 국민정서나 순기능과 역기능의 관계, 투자여건, 정부의 정책방향 등 각 나라의 사회·경제·문화적 환경이 다른 현실에서 이 같은 모델이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인터뷰 | 조지 타나시예비치 마리나베이샌즈 부사장
“최근 이익 증가분의 상당량이 아시아에서 나온다”

 
아시아의 카지노 시장은 서구의 관광자본에 과연 어떤 의미인가. 이들은 왜 아시아를 주목하는가. 싱가포르 MBS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조지 타나시예비치 부사장은 이 질문을 던지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2005년 리조트의 개발권 입찰 단계부터 설계와 건설, 운영과정까지 총괄해온 그는 LVS가 마카오에서 추진한 카지노 단지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바 있다.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동남아 카지노 리조트 경쟁에서 MBS가 가진 고유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우리는 동남아 최초의 현대식 복합 리조트(Integrated Resort)라고 자부한다. 2600여 개의 호텔 객실과 300개 이상의 점포, 극장과 카지노, 120만㎡의 컨벤션 공간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비즈니스와 여가, 엔터테인먼트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단지다. 흔히 카지노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이는 전체 면적의 2%에 불과하므로 카지노 리조트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마리나베이샌즈가 주요 목표로 설정한 소비자는 어떤 이들인가.
“기본적으로는 부유한 외국인 관광객이다. 인근 동남아 국가는 물론 중국이나 인도, 중동까지 포괄한다. 신규 관광객 유치는 싱가포르 정부가 리조트 개발을 허가하면서 우리에게 부여한 과제였다. 현재 방문객 중 3분의 2가량이 외국인인데, 전체 리조트가 완전히 개장하는 연말에는 하루 15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가운데 컨벤션 등 비즈니스 목적으로 오는 이들이 40% 내외를 차지한다.”
-관광객 유치라는 과제의 목적은 싱가포르 경제의 활성화였을 텐데, 현재까지의 성적이 궁금하다.
“MBS가 4월말 개장한 이래 7월까지 총 매출액이 미화 2억6000만달러, 순익은 미화 9500만달러 내외다. 직접고용만 7000명, 쇼핑몰 점원까지 합치면 1만1000명의 고용을 창출해냈다. 완전 개장 후에는 인근의 파급효과까지 포함해 총 3만3000명 규모의 고용이 유발될 것으로 본다. 이 정도면 자부할 만한 성과 아닐까.(웃음)”
-미국 기업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마카오와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 투자를 결심한 배경은 무엇인가. LVS에 아시아 시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LVS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지만, 특히 매출이나 이익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최근 증가분의 상당량이 아시아 지역에서 나오므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싱가포르처럼 투명성을 자랑하는 시장친화적인 국가는 매력적인 파트너다.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가능한 나라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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