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20150318 기고] 홍익인간 이념에 부합하는 제주의 미래비전

Vision & Innovation | 2015-04-15 오후 5:34:11 | 조회수 : 1895 | 공개

1. 비전이란 무엇인가?

지난번에 제주미래비전계획에 대해 기고를 한 적이 있다지난 기고의 요지는 이 계획이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든그렇지 않든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비전이란 무엇인가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비치는 상미래상이라고 되어 있다미래상이란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다미래는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과거를 반성하지 않고현재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미래의 모습은 밝지 않을 것이다.

비전은 과거를 되돌아보고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여러 가지 목표들이 서로 엇갈리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비전이다반대로 비전이 없으면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기회로 인지하지 못한다오히려 기회를 놓쳐 위기에 빠지게 한다.

2. 제주미래비전계획 도시기본계획의 한계를 극복해야!

이러한 비전에 대해 법에서 명시된 계획이 있다바로 도시·군기본계획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조제3호에 도시·군기본계획이란 시 또는 군의 관할 구역에 대해 공간구조와 장기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으로서 도시·군관리계획의 지침이 되는 계획을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다여기서 장기발전방향이 바로 비전이다같은 법 제25조제1항에는 도시·군관리계획은 광역도시계획과 도시·군기본계획에 부합돼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도시관리계획을 입안하는 입안권자는 제주도의 미래비전과 입안하고자 하는 도시관리계획의 내용이 부합하는지 평가하고 입안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러한 내용을 담당자들이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이나 심의를 거쳐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하는 것이다.

제주미래비전계획은 현재 수립 중인 도시기본계획과 유사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제주도시기본계획에 포함돼야 할 내용은 법령으로 정하고 있는 수립내용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을 담고 있다수립기준 또한 국토교통부가 독점적으로 정하고 있어도시기본계획이 제주에 맞는 장기 미래비전지향적 전략계획으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2007년도에 수립된 2025제주광역도시계획에 제시된 미래상은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다양한 생활양식이 가능한 도시 애향심을 배양하는 도시 다양한 생활양식이 가능한 도시세계로 향한 광역교류도시 연계와 교류가 활발한 활기 있는 도시 환경친화적인 순환형 도시 지적교류를 촉진하는 유비쿼터스 도시 등 무려 8가지나 된다솔직히 전문가가 봐도 제주의 미래비전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인데일반 도민이 보면 어떨까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미래비전과는 상관없이 도시기본계획에 어느 지역이 시가화예정용지로 지정되어 있느냐 하는 것에 관심을 보일 뿐이다.

미래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한다계획이란 단순히 도면이나 보고서 형태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시민의 역할제주도정의 역할기업의 시기별공간별 역할을 규정하는 것이 계획인 것이다.

전문가나 공무원을 위한 보고서가 아닌 모든 도민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미래비전계획이 돼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먼저 미래비전이 명확해야 한다이게 흔들리면 세부 정책목표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3. 홍익인간 이념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제주

영국의 런던플랜2008에 나와 있는 비전을 보자보고서에서 런던시장은 나의 비전은 런던을 지속가능한 세계도시로 개발될 수 있도록 나의 모든 전략을 강구해 강하고다양하게 런던의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유도하고사회적으로는 모든 런던시민들이 향후 런던의 성과에 따른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며런던의 환경과 자연자원을 활용함에 있어서 근본적인 발전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했다한 마디로 지속가능한 런던을 미래비전으로 설정했다.

싱가포르는 어떠한가? 10년마다 한 번씩 미래비전계획을 재정비하고 있지만공통된 비전은 번영하는 세계도시지속가능한 싱가포르를 추구하고 있다다른 도시들도 기본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가 그 도시의 비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미래비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우리는 이미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바로 대한민국 건국이념인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이다루마니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게오르규는 한국은 지극히 평화적이고 근면한 국가다홍익인간이라는 단군의 통치이념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완벽한 법률이다. 21세기를 이끌어갈 철학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홍익인간은 고루한 민족주의 이념의 표현이 아니라 인류공영이라는 뜻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정신과 완전히 부합되는 이념이며민족정신의 일면 기독교의 박애정신유교의 인불교의 자비심과도 상통하는 전 인류의 이상인 것이다.

지속가능한 제주도는 홍익인간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경제적으로는 제주도민들에게 실리적이고사회적으로는 모든 제주도민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며환경적으로는 제주의 자연환경의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환경을 이용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제주가 된다.

4. 제주미래비전계획의 실태는 어떠한가?

우리는 좋은 비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이러한 기본이념과 세부적인 접근방법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그래서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제주미래비전계획을 수립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2월에 이뤄진 착수보고나 지난 3일에 이뤄진 의회보고에는 비전이 전혀 없다아무리 법정계획이 아니라고 하지만우리의 기본이념인 홍익인간의 이념은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도민참여 등 협치체계 운영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지만 사회정의에 대한 논의의 가능성은 찾아볼 수 없다.

착수보고시 제주미래비전 및 목표에 대한 예시가 제시되어 있다. “청정 완전 섬세계인의 제주가 과연 비전이 될 수 있는가완전 섬이라는 의미가 무엇인가자족적인 섬이라는 의미인지 너무나 추상적이다세계인의 제주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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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이 이번 제주미래비전계획의 착수보고회 자료 표지이고, 우측이 싱가포르 콘셉트 플랜 1991의 표지다. 싱가포르 계획에서는 표지에 비전이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다. ⓒ제주의소리
이러한 비전이 과연 모든 제주도민들에게 경제적으로 실리적이고사회적인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가그리고 착수보고회에 나와 있는 사업들이 제주의 자연환경에서 수용가능한가지속가능한 제주로 가기 위한 경제·사회·환경적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는가이에 대한 해답은 모호할 수밖에 없다.

 

착수보고에서는 용역추진 방향을 제시한다이러한 취지에 비춰보면 착수보고회는 나름대로 충실한 보고라고 생각한다그렇지만 비전계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이 표지부터 제시됐어야 했다그런데 표지에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이 없다법정계획의 틀을 벗어나겠다고 수립하는 계획이라면 달라야 한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은 실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실행할 수 없는 계획은 공상이 된다.

이미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미래비전계획의 사업이라고 한다면 이 계획은 기존 사업을 합리화하는 용역에 불과하다도지사의 공약을 미화하는 미래비전계획이 돼선 안 된다.

5. 마치면서

제주미래비전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이다비전을 제대로 설정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현재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여기서 주체는 도민이다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냉철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과거에 대한 냉철한 반성은 그동안 이뤄진 계획만이라도 냉정하게 공·과를 분석해야 한다그런데 착수보고회에서는 기존 계획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없다현재에 대해서는 냉정한 분석이 있어야 하는데이 또한 없다.

한마디로 미래비전계획에는 비전도도민도고민도 없다그 이유는 하나다홍익인간이라는 좋은 이념을 비전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기한이 있다. 10개월 동안 이 계획을 마무리하겠다고 한다그러면서 이 기간 동안 도민·청소년 계획단을 운영하고·면 간담회해외제주도민 설명회국제심포지엄주민설명회 및 공청회설문조사 등을 추진해 마무리겠다고 한다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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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획 때문에 도시기본계획도시관리계획 재정비가 늦어지고 있다만약 이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으면 법정계획 재정비 기한을 놓치면서 제주도 전체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미래비전계획과 지금 추진 중인 도시기본계획도시관리계획은 별도로 가야 한다.이 계획이 끝난 후 다음 재정비에 반영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계획간 환류작용(feedbac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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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민 박사.
미래비전계획의 과업기간은 연장돼야 한다우리는 듣기 좋은 계획을 원하는 게 아니다우리에게 쓴 소리를 하는 계획이라도 실행되면 제주도민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널리 이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구체적인 비전·계획 실현방안이 제시되고이를 토대로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만약 제도가 개선되지 않았을 때도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차선의 실현 방법까지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가 너무 큰 것인가아니면 도민이라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가이정민(도시계획 박사전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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