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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간 경관


◀[사진설명] = 제주의 중산간 경관은 도로변의 송전탑 등에 의해 흠집이 나고 있다. 제주시 봉개휴양림관광지 내부를 관통하고 있는 송전탑.


해발 200~600고지에 이르는 제주 중산간은 다른 지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빼어난 경관미를 품고 있다.

제주도 전체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초지와 산림이 기막히게 어우러지고 한라산과 오름, 바다, 초원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경관이 중산간에서 펼쳐진다.

중산간 경관이 해안경관과 더불어 제주 관광경쟁력의 주된 근간을 이루는 이유다.

하지만 ‘경관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중산간도 훼손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천단에서 어승생수원지를 경유해 서부관광도로 납읍관광목장까지 이어지는 제1산록도로.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초원에서 조랑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고수목마’의 정경에다 한라산과 수많은 오름, 푸른 바다와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경관도로로 손꼽힌다.

특히 납읍관광목장에서 어승생수원지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할 만큼 전형적의 제주의 중산간 경관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완벽한’ 경관은 도로변의 전신주와 송전탑에 의해 여지없이 ‘흠집’이 나버렸다.

너덜너덜한 전선을 달고 도로변에 떡 버티고 서 있는 전주는 산록도로의 가로경관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

일부 전주가 없는 구간과 비교해보면 경관미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실감하는 게 어렵지 않다.

납읍관광목장에서 동쪽 방면으로 달리다 장전리 마을공동목장을 지날 때쯤에 이르면 도로를 따라 비교적 경사가 높은 먼 발치에서 거대한 철탑이 불쑥 튀어나온다.

중산간 경관 훼손의 ‘주범’인 송전탑이다.

가까이 가보면 도로변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있지만 멀리서 보면 도로구조상 마치 도로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보여 초행 운전자를 일순간 긴장시킨다.

경관지에 설치된 송전탑이 단지 도로 경관을 해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운전자에게 정서적 불안감까지 야기시키고 있는 셈이다.

사실 시가지나 해안, 산간 할 것 없이 무분별하게 설치된 전신주나 송전탑은 한라산이나 오름 등 주요 조망점에서는 어디서나 단골로 등장하는 불량경관이다.

문제는 송전탑이 경관뿐만 아니라 주요 경관지의 투자가치까지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제주시 봉개휴양림관광지에 콘도미니엄과 골프장을 갖추고 있는 한화리조트의 경우는 송전탑이 리조트 내부를 관통하며 후방의 오름까지 ‘점령’, 휴양지의 경관가치를 크게 망치고 있다.

심지어 리조트내 저수지 부근에 설치된 송전탑은 콘도미니엄과의 거리가 불과 50여 m 정도에 불과하다.

송전탑이 관통하고 있는 관광지는 이곳만이 아니다.

적지 않은 골프장이 송전탑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등 관광지 개발이 추진되는 ‘요지’마다 송전탑이 이미 자리를 틀고 앉아 개발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관광지 개발을 위한 민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송전탑이 자칫 투자기피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대목이다.

송전탑과 관련해 제주도 도시경관관리 기본계획에 제시된 ‘송전탑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본계획은 기존 송전탑 인근에 도로 개설, 확장계획이 수립된 경우에는 사전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도로공사에 병행해 송전탑을 지중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지중화가 불가능한 송전탑을 설치할 때는 산, 오름의 정상이나 능선 등 경관가치가 있는 곳은 피하고, 도색시에는 철탑이 주변 배경과 어우러지도록 배경이 되는 색의 명도, 채도와 유사한 색을 사용하도록 했다.

즉 지형이나 식생이 배경이 될 경우엔 어둡고 칙칙한 색을, 배경이 하늘이 될 경우엔 밝은 색을 칠하자는 얘기다. 이는 주변 배경과의 색채 조화를 통해 송전탑의 이질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경관이 수려하고 조망이 뛰어난 지역을 지나는 도로의 전망터에 대한 관리도 한 번 짚고 넘어갈 문제다.

산록도로의 경우 도로변으로 차량을 주차시키고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터가 여러 곳에 조성됐지만 일부는 전방에 식재된 수목이 시야를 차단, 조망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조망효과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 시야를 차단하는 주변의 수목을 정비하고 주차공간을 감안해 파고라나 벤치 등을 설치할 경우 경관도로로서 가치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경관도로의 주요 조망점을 발굴해 도로변의 조망공간을 가능한 확보해야 된다는 지적도 있다.

어승생수원지에서 서쪽으로 1㎞ 정도 떨어져 목장에 접해 있는 산록도로변은 ‘고수목마’의 전경에 멀리 수산봉과 도두봉까지의 전망이 겹쳐지는 빼어난 조망점으로 지나던 관광객들의 단골 사진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도로변으로 조망공간이 확보가 안돼 사고위험까지 우려되고 있다.

아울러 경관도로 주변의 창고시설 등 건축물의 외장 색채도 경관 관리 및 보호를 위해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정민 박사는 “중산간 지역의 경우 자연지형을 무시한 도로개발과 무분별한 개발행위, 송전탑 설치 등으로 경관적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경관이 바로 관광자원과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산간에 대한 체계적인 경관관리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