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NEW-제주 … 도시를 디자인하자 … 옥외광고물

◀[사진설명] = 제주시내 주요 상가마다 무분별하게 들어선 외벽 간판과 입간판 등으로 인해 '간판 홍수'를 이루고 있다. 간판 홍수를 이루고 있는 제주시 칠성통 상가밀집 지역(사진 위)과 간판 정비가 잘 이뤄진 서울특별시 광진구 자양시장.

무분별한 간판으로 인해 '간판 공해' 심각

관광표방 도시마다 간판으로 거리문화 조성

국제관광도시 얼굴인 간판 문화 개선 시급


구제주의 대표적 상업지역인 광양로터리. 교차로 주변 건물 외벽은 빈 공간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온통 요란한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 병원과 학원,체육시설등이 들어선 4층 건물은 점포수가 10여곳인데 간판은 족히 30개는 됨직하다. 한 점포는 전면 가로간판 3개에다 돌출간판을 단 것도 모자라 유리창에다 큼직한 글씨로 상호를 하나 더 적어 상호 간판이 5개나 붙여있다.

이런 사정은 시내 주요 도심 교차로마다 매 한가지다.

중앙로타리 일대에 기원,만화방, 학원,전당포 등이 들어선 건물의 2층위로는 점포당 2~3개의 간판외에 창문마다 상호가 너저분하게 새겨져있다. 간판이 낡은데다 상호 등이 새겨진 유리창의 하얀색 바탕은 누렇게 변색되고 글씨도 조잡하기가 이를데 없다.

간선도로변의 사정이 이 정도니 상가밀집지역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구제주의 대표적 상가밀집지역인 신흥로(금강제화에서 구 초가장) 거리에는 외벽에 붙인 간판 말고도 입간판에 현수막 하며 말그대로 '간판 홍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일대는 새 점포가 많아 간판 디자인라도 그나마 낫지만 음식점과 주점, 유흥업소들이 빼곡히 들어선 주변 골목 상가는 낡고 조잡한 간판들이 여기저기 달려있다.

단란주점, 룸싸롱 등 유흥업소가 밀집된 신제주 시가지 일대 간판들은 빨간색, 검은색 등 자극적인 원색 일색이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은 화려하기보다는 번잡스러운 쪽에 가깝다. 한 김밥집의 3~4평 남짓한 점포앞 유리창은 아예 메뉴판이 돼버렸고 고층 상가건물 외벽 상단은 큼지막한 간판들이 모두 '점령'했다.

이뿐이 아니다. 불법.무허가 옥외광고물도 사방에 널려있다.

제주시가 올해 정비한 불법.불량 광고물만 해도 2만2000건이 넘는다.

숙박시설과 레스토랑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해안도로변은 무분별한 불법 사설 간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아름다운 풍광을 해치고 있다.

'간판 공해'라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날 정도다.

그렇다고 이렇게 간판이 많고 크다고 해서 광고효과가 제대로 먹히고 있는 것도 아니다.

거리에 나서면 눈을 뜨고 있는 이상 피할 수 없는 게 간판이지만 어딜가나 천편일률적인 사각형 모양에 어지러운 색깔과 들쭉날쭉한 크기, 짙은 고딕체 일색의 간판이 난립하다보니 몇 번 갔던 거리에도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결국 '더 크고 더 많이' 달기 간판 과열 경쟁이 점포주의 의도대로 홍보효과를 높이기는커녕 시각공해로 도시경관을 망치는 주범이 되고 있는 셈이다.

간판을 비롯한 옥외광고물은 도시나 거리의 느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곧 간판문화가 한 도시와 거리의 경쟁력를 높이는 주요 원천이 된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의 공통점은 그 도시 자체가 하나의 차별화된 문화상품, 관광상품이라는 점이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 앞 노유거리는 '좋은 간판 하나가 열 광고 부럽지 않다'는 말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기존 의류 점포의 볼썽 사납던 간판을 과감하게 줄이고 바꿔 아름다운 패션가로 거듭난 노유거리는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명물거리가 됐다.

광진구 자양 골목시장도 간판을 바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올들어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간판정비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관광산업을 표방하는 도시일수록 새로운 간판으로 참신한 거리문화를 조성하려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아름다운 간판 만들기'를 올해 역점시책으로 두고 동해안의 대표적인 횟집촌 등을 간판 예술 명물거리로 조성중이다.

경기도는 수원,안양,고양,안성시의 대표적인 중심거리를 간판이 아름다운 도시로 지정, 새로운 표준모델로 바꾸는 사업을 벌이는 등 간판에 대한 정비실험이 전국에서 한창이다.

그러나 입만 열면 관광도시요, 문화도시를 내세우고 있는 제주는 간판 문화에 대한 인식이 다른 시.도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는게 현실이다.

영세한 간판 제작시장에 '무조건 튀어야 된다'는 상인들의 경쟁심리가 가세해 저질.불량.불법 간판이 넘쳐나는게 제주 간판 문화의 현주소다.

제주시는 칠성로 아케이드 쇼핑몰 사업과 병행해 300개가 넘는 점포의 간판을 정비, 이를 첫 시범케이스로 삼아 간판문화를 뜯어 고치겠다고 한다.

그러나 간판 정비는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없이는 한계가 있다.

이정민 박사(제주대 강사. 도시계획)는 “쾌적하고 격조높은 거리미관 조성을 위해서는 상인들간의 노력이 전제돼야 하며 이런 노력이 없이는 거리 이미지 개선과 지역상권 활성화는 요원할 뿐”이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도시 자체가 관광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제주의 자산이고 생태도시와 국제관광도시가 제주의 슬로우건이고 보면 도시의 얼굴인 '간판 문화'의 개선은 더 이상 늦출수 없는 필수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